믿음에 의한 구원 (Salvation by Faith)[1738.6.11] - 이선희교수의 웨슬리 설교 번역
1738년 6월 11일1) 옥스포드 대학 聖 마리아 교회에서 행한 설교2)
에베소서 2:8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3)
1. 하나님이 인간에게 이미 부여하신 모든 복은4)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 아낌없이 주시는 마음, 즉 총애로부터 오는 것이다. 이 은혜는 하나님 편에서는 값없이 주시는 것이요, 인간 편에서는 받을 만한 자격이 없이 받는 것이다. 그것도 전적으로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가운데 받는 총애의 사랑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하나님의 자비에 대하여 추호라도 당연히 받을 것으로 요구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5) ‘땅의 먼지로 사람을 조성하시고 그에게 생기를 불어 넣으시고6), 그의 영혼에 하나님의 형상을 인치시고7), 만물을 그의 발 아래 두신 것’부터가 바로 하나님의 값없이 주시는 은혜였다8). 바로 이 값없이 주시는 은혜가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지속되고 있는 바, 그것이 곧 우리가 누리고 있는 생명이요 숨쉬는 것이요, 만물이다9). 왜냐하면 우리 자신이든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든지 우리가 행하는 것이든지 간에 모두 하나님의 손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이것들 가운데 우리가 행한 업적에 대한 대가로서 당연히 받아 누리고 있는 것은 추호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행한 모든 업적은, 오, 하나님, 당신께서 우리 안에서 행하여 이루신 것입니다’10). 그러므로 우리가 행하여 이룬 업적이라 하는 것들도 사실은 하나님이 값없이 주신 은혜의 또 다른 실례들일 뿐이다. 또한 사람에게서 어떤 의로운 것이 혹시 발견된다 한다면, 그것 역시 모두 하나님의 선물일 뿐이다. 2. 그렇다면, 죄인인 인간이 자신이 지은 죄들 가운데 가장 작은 죄에 대해서라도 무엇을 가지고 죄값을 지불하여 속죄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자신이 행한 업적으로써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왜냐하면 만약에 인간에게 그 행한 업적이 많이 있다든지 또는 그 업적들이 거룩하다고 가정할지라도, 그것들은 결국 그 자신이 행한 업적이 아니요, 모두 하나님 자신이 행하여 이루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는 인간이 행한 일들은 모두 거룩하지 못하며 죄된 것일 뿐이요, 그리하여 그 자체가 오히려 예외 없이 하나하나 속죄를 필요로 할 뿐이다. 부패한 나무에서는 오직 부패한 열매가 나올 뿐이다.11) 그리고 한 걸음 더 들어가 그의 내면은, 최초에 그의 위대하신 창조주의 형상을 따라 그의 영혼에 각인되었던 영광스러운 義인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여’12), 전적으로 부패되어 있고 혐오스러운 상태에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하나님께] 구실로 내놓을 만한 義도 없고 행한 업적도 없고, 그야 말로 아무 것도 없으므로, 그의 ‘입은 하나님 앞에서 완전히 닫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13). 3. 그런데 이러한 죄인인 인간이 하나님의 총애를 받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은혜 위에 은혜’(χάριν ʾαντι χάριτοs)인 것이다. 만약 하나님이 우리에게 여전히 새로운 축복, 그것도 모든 축복 가운데 가장 큰 축복인 구원을 쾌히 부어주신다면, 우리는 이런 일에 대하여 단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하나님의 선물에 대하여 하나님께 감사를 돌립니다’14) 라는 말 밖에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사실 실제로 그러하다. 하나님은,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 우리를 구원하기 위하여 그리스도가 죽으신 그 일을 통하여 우리에게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로 하여금 알게 하신다.15) 이것이 바로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라는 말씀이다. [그러므로] 은혜가 구원의 원천이요, 믿음이 구원의 조건이다. 이제, 우리가 하나님의 이 은혜에 이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다음 세 가지를 신중하게 탐구하고자 한다:
I. 우리가 그것을 통하여 구원받는다 하는 그 믿음은 어떤 믿음인가. II. 믿음을 통하여 받는 구원이란 어떤 것인가. III. 반대의견들에 대하여 어떻게 대답해야 할 것인가.
I. 우리가 그것을 통하여 구원받는다 하는 그 믿음은 어떤 믿음인가. 1. 첫째로, 그 믿음은 단순히 이교도의 믿음(the faith of a heathen)과 같은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이교도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믿도록 요구하신다. 즉,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것과 하나님은 이 하나님을 부지런히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분이라는 것과 하나님을 찾는다고 하는 것은 만물을 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함으로써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동료 피조물들에게 도덕적인 덕과 정의와 자비와 진실을 정성껏 행하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므로 헬라인도 로마인도, 심지어 스키타이족이나 인도사람도 [이러한] 하나님의 존재와 하나님의 속성, 미래에 있을 상과 벌, 따라서 도덕적인 덕행은 의무라고 하는 것을 믿지 않고서, [‘나는 그런 것을 몰랐다’고] 변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왜 이 믿음 가지고는 구원을 받을 수 없는냐 하면] 이것은 단지 [말 그대로] 이교도의 믿음일 뿐이기 때문이다. 2. 두 번째로 그 믿음은 ‘마귀의 믿음’(the faith of a devil)16)과도 같은 것이 아니다. 물론 이 ‘마귀의 믿음’은 이교도의 믿음보다는 훨씬 앞선 것이기는 하다. 왜냐하면 마귀는 [이교도의 믿음과 마찬가지로] 지혜와 능력의 하나님이 존재하며, 이 하나님이 상 주실 만큼 은혜롭고 벌주실 만큼 정의로우시다는 것을 믿을 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과 그리스도, 즉 이 세상의 구원자라는 것을 믿고[즉,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귀는 “나는 당신이 누구인줄 아노니, 하나님의 거룩한 자니이다”(눅 4:34)라고 외치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이 불행한 영은 거룩하신 하나님의 입에서 나온 모든 말씀들을 [하나님의 말씀인줄로] 믿으며, 또한 옛날의 거룩한 사람들에 의하여 기록된 그 밖의 모든 말씀들도 다 믿는다17). 심지어 마귀는 이 옛날의 거룩한 사람들 가운데 두 사람에 대하여 “이 사람들은 지극히 높은 하나님의 종으로 구원의 길을 너희에게 전하는 자라”18) 하는 영광스러운 증거를 말할 수 밖에 없었던 일도 있었다. 하나님의 큰 대적자요 인간의 큰 적인 마귀조차도 이만큼을 믿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이 육신을 입고 나타나셨다’19)는 것과 하나님이 ‘모든 대적자들을 그의 발 아래 밟으실 것이다’20)라는 것과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영에 의하여 주어진 것이다’21)라는 것을 믿고 떤다. 마귀의 믿음이라는 것은 이 정도까지 나가는 것이다. 3. 세 번째로 우리가 그것을 통하여 구원받는, 그것도 아래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그런 의미의 구원을 받게 하는 믿음은 단순히 그리스도께서 아직 지상에 계시는 동안에 사도들 자신들이 가졌던 그런 믿음도 아니다. 그들은 물론 ‘그 분을 따르기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릴 정도로’22) 그 분을 믿었지만, 또한 그들은 기적을 행하는 능력과, “모든 종류의 약한 것과 모든 종류의 병을 고칠 수 있는”23) 능력이 있었지만, 심지어 그들은 “모든 마귀들을 제압하는 능력과 권위”24)가 있었지만, 또한 이 모든 것들을 능가하는 것으로서, 그들은 주님의 보내심을 받고 “하나님의 나라를 설교하였지만”25), 그들이 이 모든 능력있는 일들을 다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주님 자신이 그들을 “믿음없는 세대”26)라고 부르셨던 것이다. 즉, ‘너희들은 너희들 자신이 믿음이 없기 때문에 마귀 하나를 쫓아 내지 못하였다’27)고 주님이 그들에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일 이후 한참 지나서 그들이 자신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믿음이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의 믿음을 더 크게 해 주시옵소서’ 라고 했을 때, 주님은 그들에게 그저 한마디로 이 믿음을 그들은 전혀 갖지 못했고, 겨자씨 한 알만큼도 갖지 못했다고 말씀하셨다: “주께서 가라사대,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 있었더면, 이 뽕나무더러 뿌리가 뽑혀 바다에 심기우라 하였을 것이요, 그것이 너희에게 순종하였으리라.”28) 4. 그러면 우리는 어떤 믿음을 통하여 구원받는 것인가?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일반적으로 말하여, 그것은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다. 즉, 그리스도와 그리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이 바로 이 믿음의 올바른 대상이다. 그러므로 정확히 이 점에서 이 믿음은 고대나 현대의 이교도의 믿음이라고 하는 것과 명백히 그리고 전적으로 구별되는 것이다. 또한 이 믿음은 마귀의 믿음이라는 것과도 완전히 구별되되,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렇다: 이 믿음은 단순히 사변적이며 이성적인 것이 아니며, 마음에도 없이 그냥 하는 생명감 없는 同意(assent)도 아니고, 머리 속에 있는 일련의 개념들도 아니다. 이 믿음은 오히려 마음의 [변화된] 상태(a disposition of the heart)이다. 그러므로 성경은 이렇게 말씀한다: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29) 그리고 또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얻으리니.”30) 5. 그리고 이 믿음은 사도들이 우리 주님이 아직 지상에 계셨던 동안에 가졌던 믿음과도 다음과 같은 점에서 구별된다: 이 믿음은 우리 주님의 죽음의 필요불가결성과 공로를 인정하며, 또한 주님의 부활의 능력을 인정한다. 이 믿음은 주님의 죽음이 바로 인간을 영원한 죽음으로부터 값을 치르고 건져내는(redeem) 유일하게 충족한 방법이라고 인정하며, 주님의 부활을 우리 모두를 생명과 불멸성으로 회복시키는 것으로 인정한다. 그 이유는 주님이 “우리의 범죄함을 위하여 내어줌이 되고, 우리를 의롭다하심을 위하여 다시 살아나셨기” 때문이다.31)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믿음이란 그리스도의 복음 전체에 대한 동의일 뿐만 아니라, 또한 그리스도의 피에 대하여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요, 그리스도의 생애와 죽음과 부활의 공로를 신뢰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주님이 우리를 하나님께 화해시키며 우리의 생명이라고, 즉 우리를 위하여 내어주신 바 되셨고 또한 지금 우리 안에 살아 계신 주님이라고 여겨 이 주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믿음은 그리스도의 공로를 통하여 바로 나(믿는 자 자신)의 죄가 용서되었고 따라서 바로 내가 하나님께 화해되어 하나님의 총애의 대상이 되었다는 내용으로 하나님에 대하여 갖는 확신이다. 그리하여 그 결과로 내가 우리의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속함”32), 즉 한마디로 우리의 구원이신 그분에게 달라붙어서 굳게 결합된 상태가 바로 그리스도인의 믿음이다.33)
II. 이 믿음을 통하여 얻는 구원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 두 번째로 생각해 볼 문제이다. 1. 무엇 보다 먼저, 이 구원은 현재적 구원(a present salvation)이다. 이 구원은 실제로 얻어 누릴 수 있는 무엇이요, 이 믿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이 지상 위에서 얻는 것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에베소의 믿는 자들에게, 그리고 그들에게 말함으로써 또한 모든 시대의 믿는 자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은 믿음을 통하여 “구원을 받을 것이다(이 말도 진리이긴 하지만)”라고 하지 않고, “구원을 얻었나니”34)라고 한 것이다. 2. 너희들은 구원을 얻되 (한마디에 다 담아서 표현한다면) 죄로부터 구원을 얻은 것이다. 이것이 믿음을 통하여 얻는 구원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그의 독생자를 이 세상에 보내시기 전에 천사에 의하여 예고되었던 그 위대한 구원이다: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35) (죄에서 구원하신다 할 때) 이 구절에서든 또는 성경의 다른 어떤 구절에서든 제한이나 한계는 없다. 그의 모든 백성들, 즉 다른 곳에 표현되어 있는 대로, 그를 믿는 모든 자들을 그는 그들의 모든 죄들로부터 구원하실 것이다.36) 즉, 원죄, 자범죄, 과거의 죄, 현재의 죄, 육신의 죄, 영의 죄로부터 구원하시는 것이다. 그를 믿는 믿음을 통하여 그들은 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뿐만 아니라 죄의 세력으로부터도 구원을 받은 것이다. 3. 첫째로, 그들은 모든 과거의 죄에 대한 책임(죄책 = the guilt of all past sin)으로부터 구원을 받은 것이다. “온 세상이 하나님 앞에 죄책이 있다.”37) 그리하여 하나님께서 ‘죄지은 일들을 일일이 지적하신다면, 견뎌낼 자가 하나도 없을 것이다.’38) 그런데 ‘율법으로는 단지 죄를 알게 될 뿐이고’39), 죄로부터의 건짐은 없다. 그리하여 ‘율법을 행함으로써는 어느 육체도 그의 보시기에 의롭다함을 얻을 수가 없다.’40) 그러나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에 의한 하나님의 의가 믿는 모든 자에게 나타난 바 되었다.’41) 이제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속을 통하여 하나님의 은혜에 의하여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었다. 하나님께서 그를 그의 피를 믿는 믿음을 통하여 화목제물로 세우셨으니, 이는 과거의 죄들을 간과하시기 위하여 (또는 간과하심으로써) 그의 의를 나타내려하심이다.’42) 이제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하여 저주를 받은 바 되사, 율법의 저주를 가져가셨다.’43) 그가 ‘우리를 대적하는 증서를 도말하시고, 제하여 버리시고, 십자가에 못 박아 버리셨다.’44)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자들에게는 정죄함(condemnation)이 없다. 4. 이렇게 죄책으로부터 구원을 받으므로, 그들은 두려움으로부터도 구원을 받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은 아들로서 아버지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리는 일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노예로서 주인에 대하여 갖는 형태의 모든 두려움, 즉 고문당할 것에 대하여 갖는 두려움,45) 형벌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하나님의 진노에 대한 두려움, 이런 두려움으로부터 구원을 받은 것이다. 그들은 이제 하나님을 더 이상 가혹한 주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관대한 아버지로 여긴다. ‘그들은 다시 노예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양자됨의 성령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아바, 아버지라고 부르짖는다. 성령이 손수 그들이 하나님의 자녀들이라는 것을 그들의 영과 더불어 증거한다.’46) 그들은 또한, 하나님의 은혜로부터 떨어져 나가서47) 저 크고도 귀한 약속들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는 가능성으로부터 구원받은 것은 아닐지라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부터 구원받았다. 그들은 ‘약속의 성령으로 인치심을 받았다. 이것은 그들이 상속받을 것에 대한 보증이다.’48) 그러므로 그들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과 더불어 화평을 누린다. ...... 그들은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소망 안에서 즐거워한다. ......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이 그들에게 주어진 성령을 통하여 그들의 마음에 부으심 바 되어있다.’49) 이로써 그들은 (아마도 언제나 그리고 동일한 정도로 온전하게는 아니겠지만) ‘사망이나 생명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일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으로부터 그들을 끊을 수 없으리라’50)는 확신을 갖는다. 5. 두 번째로, 이 믿음을 통하여 그들은 죄책으로부터 구원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죄의 세력(the power of sin)으로부터도 구원을 받았다. 그래서 사도 요한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그가 우리 죄를 없이 하시려고 나타나신 바 된 것을 너희가 아나니, 그에게는 죄가 없느니라. 그 안에 거하는 자마다 범죄하지 아니한다.”51) 또 말하기를, “자녀들아, 아무도 너희를 미혹하지 못하게 하라. ...... 죄를 짓는 자는 마귀에게 속한다.”52) ‘믿는 자마다 하나님께로서 난 자다.’53) 그리고 “하나님께로서 난 자마다 죄를 짓지 아니하나니, 이는 하나님의 씨가 그의 속에 거함이요, 저도 범죄치 못하는 것은 하나님께로서 났음이라.”54) 또 말하기를, “하나님께로서 난 자마다 범죄치 아니 하는 줄을 우리가 아노라. 하나님께로서 나신 자가 저를 지키시매, 악한 자가 저를 만지지도 못하느니라.”55) 6. 믿음으로 하나님으로부터 난 자는 죄짓지 않는다. 즉,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죄짓는 일을 하지 않는다. (1) 어떤 습관적인 죄(habitual sin)로 인하여 죄짓는 일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습관적인 죄는 죄가 지배하는 현상인데, 어떤 믿는 자 안에도 죄는 지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 또한 어떤 의도적인 죄(willful sin)로 인하여 죄짓는 일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의 의지는, 그가 믿음 안에 거하는 동안에는, 모든 죄에 전적으로 대항하도록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고, 모든 죄를 사람을 죽이는 극약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3) 또한 어떤 죄된 욕망(sinful desire)으로 인하여 죄짓는 일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거룩하고 완전한 뜻을 따르고자 열망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떠한 거룩하지 못한 욕망이라도 그것이 고개를 드는 순간에 이미 하나님의 은혜를 힘입어 질식시켜 죽이기 때문이다. (4) 또한 행위에 있어서나, 말에 있어서나, 생각에 있어서 인간적인 한계성에 근거한 결함들 자체는 그가 범죄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의 한계성에 근거한 결함들은 그의 의지와는 관련이 없는 것이요, 의지와 관련이 없다면 그런 결함들은 본래적인 의미의 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로서 난 자마다 죄를 짓지 아니한다”56). 그는 ‘나는 죄를 범한 일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그러나 이제 그는 죄를 짓지 않는다.
7. 이것이 바로 믿음을 통하여 얻는, 그것도 현재 이 지상 위에서 얻는 구원이다. 죄로부터의 구원이요, 죄에 의한 결과들로부터의 구원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을 흔히 ‘칭의’(justification)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 칭의라는 것은 가장 넓은 의미에 있어서 다음의 두 가지를 의미한다: 그리스도의 속죄행위(the atonement of Christ)가 지금 그를 믿는 죄인에게 실제로 적용되어 그 죄인이 죄책과 형벌로부터 건짐을 받는 것이요, 또한 그리스도가 ‘그의 마음에 형성됨으로써’57) 그 죄인이 죄의 세력(the power of sin)으로부터 건짐을 받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와 같이 믿음에 의하여 칭의 받은 또는 구원받은 사람은 실로 ‘거듭난’ 것이다. 그는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취었던 새 생명으로 ‘성령에 의하여 거듭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갓난아이같이 adolon, 즉 말씀의 신령한 젖을 기쁨으로 받으며, 이에 의하여 성장한다’58). 主님이신 그의 하나님의 능력 안에서 전진하여59), 믿음에서 믿음으로, 은혜에서 은혜로 성장하되, 드디어는 ‘완전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데 이르기까지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60).
III. 이에 대하여 흔히 제기되는 반대의견들.
1. 믿음으로만 구원 즉 칭의받는다고 설교하는 것은 거룩할 필요도 없고 선행을 할 필요도 없다고 설교하는 것이라는 반대의견이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만약 우리가, 어떤 자들이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처럼, 거룩이나 선행과 분리된 그런 종류의 믿음을 말한다면, 이 반대의견이 옳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믿음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선행과 모든 거룩을 필연적으로 낳는 그런 믿음을 말하는 것이다. 2. 그러나 이 문제를 보다 넓은 범위에 놓고 고찰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반대의견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사도 바울 시대에도 있었던 것인 즉, “그러면 믿음으로써 율법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라는 반문이 제기되었을 때도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답은 이렇다: 첫째로 믿음을 설교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이 오히려 명백히 율법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율법 본문의 본래 정신을 서서히 잠식하여 결국에는 무력화하는 제한들과 해석들을 가함으로써 직접적으로 그리고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율법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율법을 실제로 준행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 [즉, 믿음]을 말해주지 않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율법을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마들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오히려 ‘우리가 율법을 세우는 것이다’. 첫째로는 율법의 전체 범위와 영적인 의미를 보여줌으로써, 그리고 둘째로는 모든 사람들을 ‘율법의 의가 그들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생명력있는 길 [즉, 믿음]로 부름으로써 우리가 오히려 율법을 세우는 것이다. 이들은, 오로지 그리스도의 피를 신뢰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리스도께서 정하신 모든 선행의 법도들을 활용하며, 그들이 모범으로 삼고 따르도록 그리스도께서 앞서 준비해 놓으신 모든 선행을 행한다. 그러면서 모든 거룩하고 천상적인 기질, 곧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었던 바로 그 마음을 누리며 나타낸다. 3. ‘그러나 이런 믿음을 설교하는 것은 사람들을 교만하게 만들지 않겠는가’ 하고 반대의견을 제시한다. 우연히 그런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리는 대답한다. 그러므로 모든 믿는 자들은 (위대한 사도 바울의 다음과 같은 말씀에서) 진지한 경고를 듣고 조심해야 한다: ‘첫 번째 가지들은 믿지 아니 하므로 꺾여져 나갔고, 너는 믿음으로 인하여 섰다. 높은 마음을 품지 말고, 두려워하라. 하나님께서 본 가지들도 아끼지 아니 하셨은 즉, 하나님이 너도 아끼시지 아니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러므로 하나님의 인자와 엄위를 보라. 넘어지는 자들 위에는 엄위가 있으나, 네가 그의 인자하심에 계속 거하면, 너에게는 인자하심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아니하면 너도 찍히는 바 되리라’61). 믿는 자가 하나님의 인자에 계속 거하면, 그는 바로 이 반대의견을 미리 내다보고 대답한 사도 바울의 다음과 같은 말씀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런즉 자랑할 데가 어디뇨. 있을 수가 없느니라. 무슨 법으로냐? 행위의 법으로냐? 아니라. 오히려 믿음의 법으로니라‘62). 만약 사람이 그의 행위들로써 칭의를 받는다면, 그는 자랑할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행위한 것이 없이, 경건치 아니 한 자를 칭의하시는 그 분을 믿는 사람에게는‘63) 자랑할 것이 없다. 이 설교의 본문 말씀[엡 2:8]의 전후에 있는 말씀이 모두 이와 동일한 의미이다: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이 ......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고 (너희가 은혜로 구원을 얻은 것이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자비하심으로써 그 은혜의 지극히 풍성함을 ...... 나타내려 하심이니라.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다”64). 너의 믿음도 구원도 네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다”65).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데 값없이 주시는 선물이다. 너로 하여금 구원받게 한 믿음도 그런 선물이고, 하나님께서 그 자신의 기뻐하시는 대로, 그 자신의 값없이 주시는 총애에 의하여 이 믿음에 더하여 주시는 구원도 역시 그런 선물이다. 네가 믿는다고 하는 사실도 하나님의 은혜의 한 예이고, 네가 믿음으로 구원을 얻은 것도 하나님의 은혜의 또 하나의 예이다.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치 못하게 함이니라”66). 왜냐하면 우리가 믿기 전에 행한 모든 행위들과 의(義)라고 하는 것들은 하나님의 저주 밖에는 받을 것이 없었던 것이요, 믿음을 받을 만한 것과는 아주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러므로 믿음은 어떤 경우에든 행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구원도 우리가 믿을 때 우리가 행하는 행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안에서 행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그 자신이 행하신 것에 대한 상을 우리에게 주시는 것인 바, 이 사실은 하나님의 자비가 얼마나 풍성한 것인지를 알게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 일에 대하여 우리 자신 편에는 자랑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4. 그러나 하나님의 자비를 이런 식으로 값없이 믿음으로만 구원 또는 칭의 받는 것으로 말하면, 이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죄짓도록 용기를 주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사실 그렇게 될 가능성도 있고, 실제로도 그런 일들이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은혜가 더욱 풍성하도록, 계속 죄에 거하는’67)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선하심은 그들을 회개로 인도하실 것이요, 특히 마음이 진실한 사람들은 드디어는 회개로 인도될 것이다. 하나님께는 아직도 용서하심이 있다는 것을 그들이 알게 될 때에, 그들도 역시 하나님께서 그들의 죄들도 예수를 믿는 믿음을 통하여 지워주십사고 소리쳐 부르짖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만약 그들이 진지하게 부르짖되 약하여 쓰러지지 않으면, 그리고 하나님께서 지정하신 모든 방법을 통하여 하나님을 찾으면, 그리고 하나님이 오실 때까지는 [다른 무엇으로도] 위로받기를 거부하며 [기다리면], 하나님이 “오시리니, 지체하지 아니하시리라”68).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일을 하실 수 있다. 사도행전에 보면 하나님께서 하늘로부터 번개가 번쩍하는 것처럼 그렇게 순식간적으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이 믿음[칭의 받게 하는 믿음]이 생기도록 역사하신 일들이 많이 있다. 예컨대 바울과 실라가 설교하는 그 순간에 간수가 회개하고, 믿고, 세례 받은 일이 있다69). 마찬가지로 오순절 날 삼천 명이 베드로에 의하여 세례 받았을 때, 그들도 그의 첫 번 설교를 듣고 그 자리에서 모두 회개하고 믿었던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지금도 하나님은 여전히 그런 방식으로 “구원하기에 능하시다”70)는 사실에 대한 살아 있는 증거들이 많이 있으니, 하나님은 찬양받으시기에 합당하시다. 5. 이 하나의 동일한 진리[즉, 믿음에 의한 구원의 교리]에 대하여, 다른 각도에서 보면, 또 하나의 정반대의 반론을 제기하게 된다: ‘사람이 그 자신이 행할 수 있는 모든 선행(善行)을 다 가지고도 그것으로는 결코 구원받을 수 없다면, 이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실망하고 좌절하게 한다’. 옳은 말이다. 이것은 실로 그들 자신의 행위로, 그들 자신의 공로와 의로써 구원받겠다는 것에 대하여 실망하고 좌절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반드시 이런 의미로 실망과 좌절에 도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그 자신의 공로를 완전히 포기하기 전에는 어떤 누구도 그리스도의 공로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자신의 義를 세우려고 하는’71) 사람은 하나님의 義를 받을 수가 없다. 그가 율법을 지킴으로써 세워지는 의를 신뢰하고 있는 동안에는 믿음으로부터 오는 의가 그에게 주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6. 그러나 이것은 [즉, 이런 의미의 믿음에 의한 구원이라는 것은] 기분 나쁜 [즉, 위로도 되지 않고 기쁨도 주지 못하는] 교리다 [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마귀가 사람들에게 이 교리는 기분 나쁜 교리라고 생각하도록 감히 권할 때, 그 마귀는 저 생긴대로 말한 것이다. 즉, 진리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이 말한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믿음으로만 구원받는다는] 이 교리가 자포자기한 죄인들, 자책하는 죄인들에게는 유일하게 위로가 되는 교리요, 과연 ‘위로가 가득한’72) 교리인 것이다. “저를 믿는 자는 누구나 부끄러움을 당치 아니하리라”73). “한 주께서 모든 사람의 주가 되사 저를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부요하시도다”74). 바로 여기에 하늘보다도 높고 죽음 보다도 강한 위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말하기를] 뭐라고? 모든 사람에게 자비라고?! 삭개오에게도?! 그 강도 같은 세리에게도?! 막달라 마리아에게도?! 그 더러운 창녀에게도?! 그러나 나는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는 듯 하다: ‘그렇다면 나도, 나 같은 사람도, 자비를 바랄 수 있겠구나!’ 그렇다, 지금까지 어떤 누구로부터도 위로를 받을 수 없었던, 괴로움으로 시달려 온 당신도 자비를 바랄 수 있다! 하나님은 당신의 기도를 뿌리치지 않으신다. 오히려 하나님은 다음 순간에 곧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안심하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75). 이렇게 용서받으면, 그 죄들이 더 이상 당신 위에 지배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성령이 친히 당신의 영으로 더불어 당신이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증거하실 것이다”76). 이것이 바로 기쁜 소식, 복음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신 큰 기쁨의 소식인 것이다77). ‘목마른 자들은 누구나 물로 나아오라. 와서 돈 없이 값없이 사먹으라’78).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79), “네 머리의 머리털보다도 많을지라도”80), “주께 돌아오라, 그리하면 그가 긍휼히 여기시리라. 우리 하나님께로 나아오라, 그가 널리 용서하시리라”81). 7. 다른 반론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또 말하기를, 믿음만으로 구원받는다는 교리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교리로서 설교하지 말 것이며, 또는 적어도 구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설교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성령은 무어라고 말씀하시는가? “이 닦아 둔 것 외에 능히 다른 터를 닦아 둘 자가 없으니 이 터는 곧 예수 그리스도라”82). 그렇다면 “저를 믿는 자마다 구원을 얻는다”83)는 것은 모든 설교의 기초이며 또한 기초이여야 한다. 이 말은 곧 첫 번째로 중요한 말씀으로 설교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말하기를] “좋소. 그러나 구별 없이 모든 사람에게 설교해서는 안 되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들에게 설교하지 말아야 할까? 누구를 제외해야 할까? 가난한 사람들?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복음의 설교를 들을 수 있는 특권이 있다84). 그렇다면 무식한 사람들? 아니다. 하나님은 처음부터 이 복음을 학문 없고 무식한 사람들에게 계시하셨던 것이다85). 그렇다면 나이 어린 사람들? 결코 그럴 수 없다. ‘어린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그리스도에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86). 그러면 죄인들? 절대로 그럴 수 없다. 그리스도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려고 오신 것이다’87). 그러면, 아무튼 누구라도 제외시켜야 한다면, 부유한 사람들, 학식이 있는 사람들, 명성이 있는 사람들, 도덕적인 사람들, 이들을 제외시켜야 할까? 사실 이들은 [믿음으로만 구원받는다는 이 복음을] 듣는 일로부터 너무도 자주 스스로를 제외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주님의 말씀을 그대로 말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명령은 바로 ‘너희는 가서 복음을 만민에게 설교하라’88)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누가 이 말씀을 또는 이 말씀의 어느 부분을 왜곡하여 그 결과로 자신의 파멸을 초래한다면, 그 책임은 스스로 져야만 한다89). 그러나 “주님의 사심을 가리켜 맹세하노니, 주님께서 내게 말씀하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우리는 그것을 말할 것이다”90). 8. 이 시대에 더욱 특별히 우리는 “너희는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91)라는 말씀을 전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교리를 견지하는 것이 이 시대만큼 더 시기 적절한 때는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가운데 로마 가톨릭 교회의 미혹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이 교리밖에 없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오류들을 하나하나 공격하려면 끝이 없다. 그러나 믿음에 의한 구원이라는 교리는 그 오류들의 근본을 쳐부수는 것이요, 이 교리가 제대로 서는 곳에는 모든 오류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처음으로 로마 가톨릭 교회를 내쫓았던 것이 바로 (우리 교회가 정당하게도 “기독교의 강한 반석이요 기초”92)라고 부르는 바) 이 교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오로지 이 교리만이 이런 상태를 지켜나갈 수 있다. 그리고 이 나라를 홍수처럼 뒤덮고 있는 부도덕을 저지할 수 있는 것도 이 교리 이외에는 없다. 대양(大洋)을 물 한 방울씩 떠내어 비울 수 있겠는가?!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부도덕을 중단하라고 권하는 말들을 가지고 개개의 부도덕과 악으로부터 우리나라를 개혁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믿음에 의하여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의’93)가 들어오도록 해 보라. 그리하면 그 부도덕의 도도한 물결은 제압될 것이다. 또한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자랑으로 삼고’94) ‘자기들을 사신 주님을 공공연히 부인하는’95) 자들의 입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이 교리 이외에는 없다. 그들은 율법에 대하여 말할 때, 마치도 하나님께서 그 마음에 율법을 기록해 두셨던 바로 그 분처럼 고상하게 말은 할 줄 안다. 그들이 율법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도 그들은 하나님 나라로부터 멀지 않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그들을 율법의 차원에서 복음의 차원으로 데려와 보라. 다시 말해서, 믿음의 의, 곧 ‘믿는 모든 자에게 율법의 마침이 되시는 그리스도’96)로 시작해보라. 그리하면, 아직 온전한 크리스챤(altogether christian)은 아닐지라도 외양만은 그래도 지금 ‘거의 크리스챤’(almost christian)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명백하게 멸망의 자식들인 것이 들어 날 것이다. 저 아래 지옥의 심연이 저 위에 높은 곳 천상의 천당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생명과 구원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하나님이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9. 이런 이유 때문에, ‘믿음에 의한 구원’이 세상에 선포될 때마다, 그 적대자가 사납게 날뛰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교리를 처음으로 설교했던 사람들을 파멸시키기 위하여 그 적대자는 지상과 지옥을 휘져어 선동했던 것이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그 적대자는 자신의 왕국을 믿음이 홀로 전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는 만군의 주님의 영광스러운 전사(戰士)인 마틴 루터(Martin Luther)가 이 교리를 부활시키고자 했을 때, 겁을 주어서 그것을 못하게 하려고, 그의 모든 세력들을 다 동원하였고 그의 모든 거짓말과 비방의 기술을 다 동원하였던 것이다. 그 적대자가 이렇게 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 하나님의 사람도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자신만만하게 강한 무장장사(壯士)가 손에 갈대를 들고 그를 대적하여 나오는 한 어린아이에 의하여 제지당하며 무시당한다면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특히 그 작은 어린아이가 그 장사를 분명히 넘어뜨려서 발 밑에 밟을 것임을 그 장사 자신이 알고 있다면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주 예수님이 바로 [이 어린아이 같이] 그러하시다!”97) 그와 같이 주님, 당신의 힘은 언제나 “약한데서 온전해졌던 것입니다”98). 그러므로 주 예수를 믿는 너 작은 어린아이여, 앞으로 전진하라. 그리하면 그의 ‘오른 손이 너에게 두려운 일을 가르치시리라’99)! 너는 비록 난지 며칠 안 되는 젖먹이처럼 무력하고 약할지라도, 그 장사가 네 앞에 서지 못할 것이다. 너는 그를 압도하고 제압하며 쓰러뜨려 발 아래 밟을 것이다. 너는 너를 구원하신 그 위대하신 장군 아래서 행진하여 나갈 것이다. 너의 모든 적들을 다 섬멸하고, 죽음이 승리에게 삼킨 바 될 때까지100) 이기고 또 이기며101) 전진할 것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102) 감사를 돌릴지어다. 성부와 성령과 더불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 찬양과 영광과 지혜와 감사와 존귀와 능력과 권세를 영원무궁토록 돌릴지어다. 아멘.
1) 1746년에 처음 출판된 웨슬리의 설교집(SOSO=Sermons on Several Occasions, 1746, 1771, 1787-1788) 제 1 판에는 이 날짜가 1738년 6월 18일로 되어 있으나, 이는 분명히 착각에서 기인된 것이다. 왜냐하면 웨슬리는 독일에 있는 모라비아 형제단을 견학하기 위하여 이미 1738년 6월 14일 영국을 떠나 독일을 방문하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2) 웨슬리는 1726년 3월 17일 Oxford University의 Lincoln College에 특별연구원(=fellow: 영국대학의 제도로서, 연구비를 지급받고 교내에서 생활하며 대부분 교수나 강사직을 겸하는 직책)으로 뽑힌 이후로, 대학의 규정에 따라 순번이 되면 주일이나 성자기념일에 설교할 의무가 있었다. 예배에는 모든 박사, 석사, 대학원생 및 대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참석하도록 되어 있었다. 웨슬리는 1730년 11월 15일 (The Image of God), 1732년 7월 23일 (A Consecration Sermon: 현존하지 않음), 1733년 1월 1일 (The Circumcision of the Heart), 그리고 이후로는 더욱 빈번히 1733년 3월 26일, 4월 1일, 5월 13일, 1734년 2월 10일, 6월 11일, 1735년 9월 21일에 설교하였다. 웨슬리가 1732년 7월 23일의 설교 이후로 상례를 깨고 자주 설교하게 된 것은 다른 지명된 사람들을 대리하여 설교한 이유도 있지만, 그 보다는 웨슬리가 옥스포드 대학 내에서는 이 때 이미 설교가로서 널리 평가받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BE, vol.1, p.109-110). 그 후 1735년 10월부터 1738년 1월까지 미국 선교사 활동 기간 중에 대학에서의 설교는 중단되었다가, 1738년 5월 24일의 회심 이후에 다시 순번이 되어 행한 소위 ‘회심 후 첫 번째 University Sermon'이 “믿음에 의한 구원”이라는 본 설교이다.
3) 본 설교는 이 성경 본문의 핵심개념인 은혜, 믿음, 구원을 그 순서대로 강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4) 웨슬리는 여기서 “이미 받은 복”의 구체적인 예로서 ‘인간의 창조’와 ‘창조세계의 섭리’를 들고 있다. 즉, 하나님이 나를 창조하여 생명이 있게 하시고, 지금도 그 생명을 누리게 하시는 것이 하나님이 이미 우리에게 베풀고 계신 복이다. 이 복을 우리는 요구할 권리도 받을 자격도 없이 받아 누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웨슬리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의 기본구조를 말하고 있다. 하나님은 복을 값없이 주시는 은혜의 하나님이고,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그 은혜를 값없이 받는 총애의 대상이다. 이것이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기본구조다. 웨슬리가 이것을 말하는 이유는, 창조와 섭리가 은혜라면, 인간이 그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죄와 죽음으로부터 건짐을 받아 다시 새 생명을 받는 구원은 은혜 위에 은혜라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5) 웨슬리가 여기서 하나님의 은혜의 값없이 주시는 본질을 강조하는 이유는 ‘오직 은혜에 의하여 믿음을 통하여 받는 칭의’, 즉 이신칭의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예수를 믿는 믿음으로 거듭나기 전의 인간, 즉 자연인은 본능적으로 공적사상에 젖어있어서 이신칭의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연인은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인과관계로만 파악한다. 그리고 이것을 만물의 합리성으로 이해한다. 자연인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도 인과관계로만 이해하려고 한다. 그래서
6) 창 2:7.
7) 창 1:27.
8) 시 8:6.
9) 행 17:25.
10) 사 26:12.
11) 마 7:17, 18; 12:33.
12) 롬 3:23.
13) 롬 3:19.
14) 고후 9:15.
15) 롬 5:8.
16) 여기서 말하는 ‘마귀의 믿음’이라는 것은 교회의 신앙내용을 知的으로만 인정하는 것으로 끝나는 신앙형태를 의미한다. 그리하여 이런 믿음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도 지적으로 인정하고, 성경의 영감설과 교회의 교리적 전승과 사도신조의 내용도 모두 지적으로는 사실이라고 인정하되, 하나님 앞에서의 나의 中心이 칭의와 중생을 통하여 거룩하게 변화되는 것을 전혀 동반하지 못하는 그런 종류의 ‘소위 믿음’일 뿐이다. 웨슬리는 이로써 ‘믿음으로써만 얻는 칭의와 중생’을 모르는 당시 영국국교회의 신앙형태를 비판하는 것이다.
17) 여기서 ‘믿는다’는 말은 ‘사실로서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8) 행 16:17.
19) 딤전 3:16.
20) 고전 15:25.
21) 딤후 3:16.
22) 막 10:28 참조.
23) 마 10:1.
24) 눅 9:1.
25) 눅 9:2.
26) 눅 9:41.
27) 눅 9:40, 막 6:6 참조.
28) 눅 17:5-6.
29) 롬 10:10.
30) 롬 10:9.
31) 롬 4:25.
32) 고전 1:30.
33) “Christian faith is then not only an assent to the whole gospel of Christ, but also a full reliance on the blood of Christ, a trust in the merits of his life, death, and resurrection; a recumbency upon him as our atonement and our life, as given for us, and living in us. It is a sure confidence which a man hath in God, that through the merits of Christ his sins are forgiven, and he reconciled to the favour of God; and in consequence hereof a closing with him and cleaving to him as our 'wisdom, righteousness, sanctification, and redemption' or in one word, our salvation."
34) 엡 2:8.
35) 마 1:21.
36) 행 10:43 등 참조.
37) 롬 3:19 참조.
38) 시 130;3 참조.
39) 롬 3:20.
40) 롬 3:20.
41) 롬 3:21.
42) 롬 3:24-25.
43) 갈 3:13 참조.
44) 골 2:14 참조.
45) 요일 4:18.
46) 롬 8:15-16.
47)살후 2:3 참조.
48) 엡 1:13.
49) 롬 5:1-5 참조.
50) 롬 8:38-39.
51) 요일 3:5-6.
52) 요일 3:7-8.
53) 요일 5:1.
54) 요일 3:9.
55) 요일 5:18.
56). 요일 3:9.
57). 갈 4:19와 비교.
58). 벧전 2:2과 비교.
59). 엡 6:10과 비교.
60). 엡 4:13과 비교.
61). 롬 11:20-22 참조.
62). 롬 3:27.
63). 롬 4:5.
64). 엡 2:4-5, 7-8.
65) 엡 2:8.
66). 엡 2:9.
67). 롬 6:1.
68). 히 10:37.
69). 행 16:30-34.
70). 사 63:1.
71). 롬 10:3 참조.
72). 고후 7:4.
73). 롬 9:33.
74). 롬 10:12.
75). 마 9:2.
76). 롬 8:16.
77). 눅 2:10 참조.
78). 사 55:1.
79). 사 1:18.
80). 시 40:12.
81). 사 55:7.
82). 고전 3:11.
83). 요 3:16 참조.
84). 마 11:5, 눅 7:22 참조.
85). 행 4:13.
86). 막 10:14.
87). 막 2:17.
88). 막 16:15.
89). 갈 6:5 참조.
90). 왕상 22:14.
91). 엡 2:8.
92).
93). 빌 3:9.
94). 빌 3:19.
95). 벧후 2:1.
96). 롬 10:4.
97). 본문에 “Even so, Lord Jesus!"라고 되어 있는데, 이 문장은 계 22:20 “아멘, 주 예수여”를 암시하는 표현으로서 “바로 그렇습니다, 주 예수여!”라고 번역할 수도 있으나, 본문의 문맥상 사단이라는 적대자를 믿음 하나로 파멸시켜 발 아래 밟는 주 예수를 갈대 하나로 무장장사를 쓰러뜨려 발 아래 밟는 어린아이에 유비하고 있으므로, “주 예수님이 바로 그러하시다”라고 번역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