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늑약(乙巳條約)을 전후로 이 나라가 위기에 빠져있을 때 복음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 땅의 깨어있는 지도자들은 “성경이 나라를 흥왕하게 할 것”이라 굳게 믿었다. 당시의 성도들은 성경을 공부하는 ‘사경회(査經會)’ 운동에 열심이었다. 성경을 읽기 위해 한글을 배웠고, 선교사들이 성경 본문을 하나하나 읽고 설명하면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를 기울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이 땅의 백성들은 마침내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성경을 공부하러 찾아오는 발걸음이 늘어나고, 먼 지역에서는 사경회에 맞추어 일찌감치 봇짐을 짊어지고 평양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그들의 손에는 얼마나 읽었던지 닳고 닳은 성경이 쥐어져 있었다. 사경회 마지막 날은 모두가 성경을 암송했다. 데닝 선교사는 온 성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도자와 함께 암송할 때에 노인들이 성경을 줄줄 외우고, 맹인 전도자 백사겸이 사복음서 전체를 암송하는 모습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한다.
초기 선교사들이 우리 성도들을 ‘성경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이라 부를 정도로 말씀을 사모함이 대단했다. 이 같은 신앙은 1907년 장대현교회의 부흥회로 시작하여 놀라운 평양 대부흥 운동으로 전환되는데,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으로도 잘 알려진 길선주 목사(1869∼1935)로부터 바로 그 불길이 시작되었다. 길선주는 바로 그곳에서 기도회 도중에 일어나 큰 소리로 죄를 고백하기 시작하자, 많은 이들도 소리 내어 하나같이 회개하기 시작했다. 이 땅에 성령의 놀라운 역사가 나타난 것이다.
길선주 목사는 말씀과 기도의 사람이었다. 손에 한번 성경을 쥐면 놓을 줄 모를 정도여서 일평생 구약성경 30회, 창세기부터 에스더까지는 540회 통독했다고 알려졌으며, 신약성경 100회, 요한일서 500회, 요한계시록은 1만 회 이상을 읽은 것으로 알려진다. 예언서, 시편, 복음서, 로마서, 요한서신 등은 거의 암송했다고 한다. 100여 년 전 ‘성경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초기 선교사들이 한국의 기독교를 ‘성경 기독교(Bible Christianity)’라고 언급했던 것처럼, 그 신앙의 전통을 회복하기를 소망한다.
